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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0-04-07 15:41
영국, 유럽연합(EU)의 탈퇴 승인 이후
지난 1월29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입법부인 유럽의회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를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영국은 EU를 탈퇴하는 첫 회원국이 됐으나 올해 말 타결을 목표로 진행될 전환기간 협정이 남아 있어 당분간은 EU에 그대로 ‘체류’할 예정이다.
영국 로이터 통신과 공영 BBC 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본회의 표결을 통해 브렉시트 협정을 찬성 621표, 반대 49표, 기권 13표로 처리했다. 앞서 영국 의회는 영국과 EU 간 탈퇴협정 이행을 위한 내부 법안을 통과시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가도 먼저 마쳤다.
보리스 존스 영국 총리 “새로운 변화의 시작”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월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를 기해 단행된 브렉시트를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라고 묘사했다. 영국은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7년 만에,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년 7개월 만에 EU와 결별한다. BBC 방송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오전 브렉시트를 기념하기 위해 잉글랜드 북부 선덜랜드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했다. 선덜랜드는 2016년 국민투표 당시 가장 먼저 EU 탈퇴 지지 결과가 나온 곳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오후 10시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사전녹화된 영상에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나라를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정부가 할 일, 내가 할 일은 나라를 하나로 단결시켜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오늘 밤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라며 “지금은 날이 밝아오는 때, 새로운 막을 시작하기 위해 커튼이 올라가는 때이자 이 나라가 스스로를 새롭게 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영국은 지금 교차로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EU를 떠나게 되면서 우리는 앞으로 수십년간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미래 역할을 형성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세계 속의 영국의 위치는 변화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길을 가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진정으로 국제주의적이며 다양하고 외부 지향적인 영국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브렉시트가 완료되면 유럽의회에서 영국에 할당된 의석 73석은 사라지는데, 이 중 27석은 다른 EU 회원국 출신 의원들로 충당될 예정이다. 영국의 EU 탈퇴는 2016년 6월 집권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주도한 국민투표에서 통과한 뒤 약 3년 7개월 만에 서류상으로는 완성된다. 앞서 영국은 EU의 전신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한 뒤 줄곧 회원 자격을 유지해 왔다. 다만 브렉시트가 실현돼도 당장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영국과 EU는 오는 12월31일까지 전환기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현재의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근거한 단일시장에 남아 관세동맹 등의 협약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 전환 기간 영국과 EU는 FTA(자유무역협정)를 비롯한 안보와 이민, 교통 등을 총망라한 미래관계 두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환기간의 연장 없는 신속한 합의를 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EU 지도부 인사는 단기간 내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필요하면 전환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의 검토도 불가피할 수 있단 입장을 내비치는 중이다. 이에 일각에선 연말까지 양측이 합의에 이루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돼 전환기 연장이 무산되고, 영국은 내년 1월 최종적으로 어떤 합의도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양측 간 관세 및 무역 장벽이 발생해 심각한 정치 및 경제적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울한 예측도 나온다.
유럽연합 회원국, EU 장기예산안 두고 충돌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들이 EU의 장기예산안을 놓고 충돌했다. 지난 1월 말 단행된 브렉시트 이후 EU의 살림을 꾸리기 위한 첫 만남이었지만, EU 내 부유한 북서유럽 국가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동부 유럽 국가 간 입장 차가 커 단기간 내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의 탈퇴로 EU의 예산공백은 향후 7년간 최대 7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2월2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2021~2027년 EU 장기예산안(MFF) 논의를 위한 특별 정상회의를 진행했다. EU는 7년 단위로 장기 예산 계획을 수립한 뒤 이를 토대로 매년 예산 기준을 세워 주요 정책과 행정 등에 사용한다. 장기 예산 논의가 이뤄지면 보통 부담이 큰 북유럽 국가들은 예산 규모를 줄이자고 요구하는 반면 EU의 지원을 많이 받는 남유럽 국가들은 확대를 요구한다. 특히 이번에는 EU 예산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7년간 발생할 600억~750억유로의 재원 공백을 채우는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독일 등 예산 비중이 큰 EU 내 부자 국가들은 특정 국가에 몰아주기보다는 회원국 간의 공정한 책임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브렉시트 상황을 고려해 예산 부담이 큰 일부 국가에 제공하는 분담금 환급 규모를 줄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해당 국가들은 거부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EU의 예산 총 규모 상한선을 전 회원국 국민총소득(GNI)의 1.074%로 제안한 것에서 출발했다. 유럽의회와 EU 집행위가 각각 제시한 1.3%, 1.1%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1000억유로로, 직전 장기예산 규모(1조800억유로)에서 소폭 늘어난 것이다. 제안서에 따르면 이 중 3801억유로는 지역 개발과 통합에 사용하고 3541억유로를 농업, 어업을 비롯한 천연자원과 환경에 투입한다. 이 외에 단일시장 연구 혁신, 대외원조 등에 각각 1000억유로 이상을 사용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예산을 납부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균형이 맞춰지지 않고 있다”며 “현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언급했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회원국 간 입장 차가 크다는 건 매우 명확하다”면서 “순납부자가 되는 건 괜찮지만 극단적으로 크게 분담금이 늘어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13일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이후 첫 개각을 단행했다. 당초 유임이 예상됐던 내각 ‘2인자’로 알려진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은 돌연 사퇴했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자비드 재무장관은 이날 존슨 총리의 유임 제안을 거절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비드 장관의 사퇴는 예상밖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비드 장관은 4주 안에 브렉시트 이후 첫 예산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BBC에 따르면 자비드 장관은 존슨 총리가 현재 보좌관들을 모두 해고하고, 총리실 출신 보좌관들로 채울 것을 지시하자 이를 거부하면서 사퇴를 결정했다. 자비드 장관은 “자존심이 있는 어떤 장관도 이런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총리의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비드 장관은 “보좌관들은 매우 열심히 일했고, 그들을 교체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자비드 장관의 사퇴 직후 존슨 총리는 즉각 리시 수낙 재무부 수석 부장관을 후임으로 발탁했다. 수낙 신임 장관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수락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자비드 전 장관이 ‘환상적인 일'을 했으며, 그와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전했다. 자비드 장관의 사임에 대해 그가 존슨 정부의 ‘실세’인 도니믹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에게 밀려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존 맥도넬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커밍스 보좌관은 재무부를 완전히 통제하기 위한 싸움에 승리했다”고 밝혔다. 자비드 장관의 사임과 달리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과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유임됐다. 반면 앤드리아 레드섬 기업부 장관, 제프리 콕스 법무장관, 테리사 빌리어스 환경부 장관, 니키 모건 문화부 장관, 줄리언 스미스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 등이 해임됐다. 올리버 다우든 재무부 국고국장이 문화부 장관에, 알록 샤마 국제개발부 장관이 기업부 장관에 임명됐다.
영국, 유럽연합 탈퇴 준비에 44억 파운드 지출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 탈퇴를 준비하는데 사용한 비용이 44억파운드(약 6조8,000억원)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3월6일 로이터와 BBC 등은 공공지출감시단이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가감사원(NAO)은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비용이 인건비와 새로운 인프라 구축, 외부 자문료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비록 일부 부처는 기존 예산으로 지출을 충당해야 했지만, 정부는 준비 비용을 커버하기 위해 배정된 63억파운드(약 9조7,000억원) 중 약 70%만 지출했다고 밝혔다. 가레스 데이비스 국가감사원장은 “이 보고서는 처음으로 정부가 얼만큼을 지출했으며, 무엇에 지출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NAO는 지출비용의 금전적 가치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상의 숫자는 부처가 제공한 데이터의 한계로 인해 ‘최소한으로 예상되는 지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NAO는 이 추정치는 오직 정부의 준비 비용에만 초점을 맞췄으며, EU와 합의한 390억파운드(약 60조원)의 분담금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퍼지면서 브렉시트 무역 협상이 지연됐다.
BBC는 3월11일소식통들을 인용해 영국과 EU가 3월18일부터 사흘간 런던에서 2차 무역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코로나19가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당면한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는 협상이 계속 진행되길 고대하고 있지만 EU 측에서 이날 공중 보건 우려가 제기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주앙 발르 드 알메이다 영국 주재 EU 대사는 이날 BBC라디오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협상 지연 가능성에 대해 “이번 위기의 규모를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선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은 물론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다. 3월 첫 주에는 브뤼셀이 위치한 EU 산하 유럽방위청(EDA)과 EU 각료이사회에서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과 EU는 지난 3월5일 브뤼셀에서 1차 무역 협상을 했다. 양측은 공정경쟁 관리,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역할, EU 어선의 영국해 접근권 등을 놓고 심각한 이견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영국은 지난 1월31일 공식적으로 브렉시트를 이행했다. 다만 올해 12월31일까지인 전환기 동안 EU와 현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역 협정 등 미래 관계를 협상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환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며 기한 내 EU와 합의를 끝내겠다고 주장해 왔다. EU는 복잡한 협상을 11개월 안에 끝내기는 어렵다며 올해 중순 전환기 연장 여부를 살펴보자는 입장이다.